Monday, January 18, 2016

행복한 왕자

도시 저곳에 세워진 높은 기둥 위에는 행복한 왕자 동상이 있습니다. 행복한 왕자는 순금으로 한겹 한겹 싸여져 있고 눈 부위는 사파이어로 되어 있습니다. 또 그가 쥐고 있는 칼자루에는 큼지막한 붉은색 루비가 빛나고 있습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행복한 왕자를 동경합니다. 한 시의원은 예술적인 감각을 지닌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심에 행복한 왕자가 "닭 모양의 풍향계만큼이나 아름답다."고 찬양을 했습니다. 하지만 비실용적인 사람처럼 보일까 두려워 "하지만 별로 쓸데는 없습니다."라며 금세 말을 바꿨습니다. 실은 이 사람은 아주 현실적인 사람입니다.    

"당신을 사랑해도 될까요?" 당장 대답을 듣고 싶었던 새가 말합니다. 갈대는 긍정의 표시로 정중히 고개를 숙입니다. 새는 구애의 표시로 연신 갈대 주위를 돌며 날갯짓으로 물을 치며 은빛 물결을 만들어 냅니다. 그렇게 둘은 여름 내내 사랑을 나눕니다.

"참 웃기는 조합일세. 여자가 가난하긴 한가 봐. 먹여 살려야 할 식구는 또 좀 많아야지." 다른 새들이 쑥덕거립니다. 재미있게도 강 주변엔 갈대 천지입니다. 그리고 가을이 오자 새들은 모두 강을 떠나버립니다.

"내가 인간의 심장을 가지고 있었을때는 눈물이 뭔지 몰랐단다. 슬픔이라는 건 들어올 틈이 없는 상수시 궁전(Palace of Sans souci)에 살았었거든."  

"이집트에서 날 기다리고 있어요." 새가 말합니다. "내일쯤이면 친구들은 나일 강 두 번째 폭포까지 날아가 있을 거예요. 부들 사이에는 하마들이 있고,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왕좌에는 멤논(Memnon) 신이 앉아있고요. 멤논 신은 별을 바라보며 밤을 새우고, 아침을 알리는 별이 빛나면 기쁨의 탄성을 지른 후 다시 침묵하시겠죠. 낮이 되면 황금빛으로 빛나는 사자들이 물을 마시러 내려와요. 녹주석 빛 눈의 사자들 포효는 나일 강 급경사 소리보다 훨씬 크답니다. "

"내 몸을 덮고 있는 순금을 한겹씩 벗겨낸 후 가난한 분들께 갖다 드리렴. 금을 가지면 사람들은 행복하다고 늘 생각하거든." 행복한 왕자가 말합니다.

몸에서 한겹씩 순금을 벗겨내니 행복한 왕자는 볼품없는 회색빛 돌덩이 같습니다. 그렇게 벗겨진 순금 한 겹 한 겹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해졌고, 생기를 되찾은 아이들은 길에서 웃으며 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먹을 것이 생겼어요!" 아이들이 소리칩니다. 20151012

No comments:

Post a Comment